[개발자일기] 결혼을 앞둔 3년차 기계공학 출신 백앤드 개발자의 일기
나는 철든 30대 여야 할까 아니면 하고싶은걸 하는 순수한 아이여야 할까
고등학생 때 나는 재활학과와 기계공학과에서 기계공학과를 선택했고
대학생 때 해외여행과 인턴 중 인턴생활을 선택했고
사회초년생의 나는 기계 공기업과 개발자 사이에서 개발자를 선택했고
백앤드와 프론트앤드 중 백앤드를 선택했다.
나는 또 선택을 해야된다.
내 커리어와 내 가정 중 나는 어떤걸 선택해야 할까
처음 기계 데이터 분야를 벗어나서 웹 개발을 배웠을 때는 27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백앤드 별거 아니네!!!)
근데 api 만드는 작업에 질려버렸다.
api 하나 만들어야해~ 하면은 controller 부터 dto dao repository 다 복붙해서 조금만 로직을 바꾸면 되니까
내가 개발을 하는건지 복붙을 하는건지...
그래서 프론트앤드도 해봤다. 얘는 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중간에 껴있는 애매한 상황이 너무 불편해서 다시 백앤드로 돌아갔었다.퍼블리셔가 대충 만들어준 이벤트를 다시 수정해서 사용해야되면서백앤드가 컨벤션 없이 던져준 응답을 끼워맞추기해야되는 그 불편함때문에
내가 백앤드에 질렸던 이유는 단순히 crud 용 api 만 기계적으로 만들어서였다고 판단해서
백앤드가 아니라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회사로 이직을 했다.
선/후처리, intercept, 로깅체크, 캐시구현, 거래추적, 암호화, 쓰레드제한 등등
너무나도 어려운 시스템에 부딪히면서
지금까지의 나는 무지함의 봉우리 안에서 오만하게 업무를 하고 있었던거구나 를 느끼게 되었다.
항상 마음속으로는 5살 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를 새기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내가 너무 잘났다고 생각하고
겸손함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1년동안은 회의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해 몰래 녹음을 해놓고 자리에서 나머지공부를 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이해를 하고 업무를 조금씩 쫓아가고 있다.
근데 맙소사
20대 후반이었던 나는 이제 30대 초반이 되어버렸고
결혼을 해야되고 아기를 낳아야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야 내가 뭘 해야되는지 알게 된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체력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매일 토이프로젝트를 달고 살았던 나는 1일 1 네이버블로그도 힘들어하고
처음 개발자를 했을때는 새벽에 퇴근 ~ 정시출근을 달고 살았는데 (진짜 미친짓... 지금이었으면 바로 때려쳤다.)
지금은 피곤해서 10시에 잠들어버린다.
회사의 20대 젊은 입사자를 보면서 제 3자가 되어간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자기개발과 빛나는 성공에서 결혼, 투자. 요리로 바뀌어간다.
회사가 여의도에 있다.
출근하다보면
여의도 high school 이 적혀있는 야구잠바를 입은 고딩들이 영어단어장을 들고 등교하는 모습
노란색 교복을 입고있는 유치원생들이 엄마 손을 잡고 리라유치원 버스에 타고있는 모습
버스를 탄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고있는 직장인 엄마와 잠옷을 입고있는 엄마의 모습
점점 철이 들어가는걸 느끼고 있다.
나 하고싶은거, 커리어만 생각해서 살다가는 이도저도 안되는거 아닐까??
노래가사 하나가 요즘 귀에 맴돈다
빛나는 별인 줄 알았는데 개똥벌레였다...
아이들은 철들지 않고 순수한 상태여야 빛이 난다고 하지만
어른들은 세상을 일찍 배운 철든 아이들을 좋아한다.
나는 철든 30대 여야 할까 아니면 하고싶은걸 하는 순수한 아이여야 할까